“죽은 뒤에도 온라인에 남겨진 당신의 흔적, 누가 관리할까요?” 오늘은 10년 후 유망 직업인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사후세계도 이제는 온라인에서" 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점점 디지털 세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속 사진, SNS의 추억, 클라우드에 저장된 영상과 음성, 가상현실 속 아바타까지. 우리는 이제 현실뿐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도 '나'를 남기고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사후에는 이 디지털 흔적들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이런 질문에 답을 제시하고, 디지털 추모와 이별을 설계하는 새로운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입니다. 죽음을 기술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다루는 이들은 미래 장례 문화를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장례식은 이제 오프라인만의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장례 문화는 유족이 직접 모여 고인을 추모하고 작별을 고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온라인 장례식, 메타버스 추모식이 급부상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바로 이 가상공간의 작별 인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전문가입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타버스 추모 공간 설계: 고인의 생전 모습을 아바타로 구현하거나, 고인이 좋아했던 장소를 3D 가상공간으로 재현해 추모자들이 그 안에서 작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온라인 장례식 진행: 라이브 스트리밍 장례식, 가상현실(VR)을 통한 추모 의식 등을 기획하고 기술적으로 구현합니다.
디지털 유산 콘텐츠 큐레이션: 고인의 SNS, 사진, 동영상, 음성 메시지 등을 정리해 디지털 앨범이나 웹 기반 추모 페이지를 제작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이미 VR 추모 공간을 통해 가족들이 가상 공간 안에서 고인의 아바타를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례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미국 일부 장례 스타트업은 AI 기반 '고인과의 대화 서비스'를 출시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죽음은 더 이상 단절이 아닌 디지털 공간에서의 지속적 연결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그 접점을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디지털 유산, 누구의 소유일까?
우리는 생전에 수많은 디지털 자산을 남깁니다. 유튜브 채널, 블로그, 이메일, 클라우드 파일, SNS, NFT, 암호화폐까지. 이들을 묶어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라 부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죽은 뒤, 이 자산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요? 누가 접근하고, 삭제하거나 보존할 권리를 가지며, 어느 정도까지 고인의 뜻을 반영할 수 있을까요?
이 복잡한 문제들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에게 주어집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유산 관리 계획 수립: 생전 고인과의 인터뷰 혹은 사전계획을 통해, 어떤 데이터는 삭제하고 어떤 콘텐츠는 공개할지를 설계합니다.
디지털 유언장 제작: 암호화폐 지갑 비밀번호, 계정 정보, 삭제 요청 등을 담은 디지털 유언장을 기술적·법적으로 유효하게 설계합니다.
플랫폼 연동 및 계정 정리 대행: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의 디지털 유산 정책에 따라 계정을 비활성화하거나 유족에게 소유권을 이전합니다.
실제로 구글은 ‘Inactive Account Manager(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사망하거나 계정 사용을 멈출 경우를 대비한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애플도 iOS 15부터 디지털 유산 계정 지정 기능을 지원하고 있죠.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이런 플랫폼 정책과 법률을 숙지하고, 유족이 감정적 고통 없이 디지털 이별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입니다.
죽음의 의미를 다시 디자인하는 미래형 감성 직업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단순한 기술 직업이 아닙니다. 이들은 기술을 매개로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감정을 다루는 감성 기반 설계자입니다. 그만큼 이 직업은 공감 능력, 예술 감각, 기술 이해력, 심리적 배려심이 고루 요구됩니다.
앞으로 10년 후, 이 직업은 다음과 같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 1) 메타버스 기반 장례 전문회사 등장
실제 오프라인 장례를 주관하는 장례업체와 달리, 메타버스 장례 및 디지털 유산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스타트업이 추모 VR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으며, 일본, 미국, 독일은 이미 서비스 중입니다.
💡 2) 생전 맞춤형 디지털 유언 플랫폼 활성화
미리 죽음을 대비해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남길지 선택하고 설계하는 플랫폼이 일반화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의 마지막 인사 영상’이나 ‘자동 업로드되는 추모 콘텐츠’를 생전 제작해두는 서비스입니다.
💡 3) AI 기반의 디지털 재현 확대
고인의 언어 습관, 음성, 감정 등을 AI로 학습시켜 고인을 대화 가능한 형태로 재현하는 기술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이 과정에서 고인의 인격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보존하고 구현할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 4) 디지털 장례 윤리 컨설팅 영역 확대
생명윤리, 정보윤리, 프라이버시 보호, 유족의 감정 케어 등을 아우르는 윤리 기준이 필요해지며, 이에 따라 디지털 장례 전문가들이 윤리 자문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 삶의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죽음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이 새로운 시대에 ‘이별’과 ‘기억’을 기술로 설계하고, 고인을 위한 마지막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사람의 삶을 감성적으로 조명하고, 기술로 구현하며, 사회적 문제까지 고민하는 이 직업은 단순한 장례 관련 업무를 넘어 생명과 존재의 가치를 되새기는 미래형 직업입니다.
만약 당신이 기술과 예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함께 갖고 있다면, 디지털 장례 디자이너는 그야말로 ‘의미 있는 직업’을 찾는 당신에게 어울릴지 모릅니다.
📌 다음 글에서는 “개인 브랜드 매니저: 나 자신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의 조력자”를 주제로, 1인 콘텐츠 시대의 또 다른 유망 직업을 소개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